경기대학교 SW중심대학사업단 및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원을 받아 미국 인디애나 주 Purdue University에서 수행한 '2025 Purdue K-AI Summer Program'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입니다.
프로그램 개요
Purdue K-AI Summer Program
K-AI 프로젝트를 글로 적기에 앞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간략히 소개드릴게요.
Purdue K-AI Summer Program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국내 SW중심대학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과기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 IITP, 퍼듀대학교 간의 협약을 통해 ‘K‑SW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었고, 올해부터는 인공지능 역량 강화를 목표로 ‘K‑AI 프로그램’으로 개편되었다고 해요.
찾아보니 과거에는 봄·가을 학기(4개월) 프로그램도 운영되었지만, 올해는 2개월간의 여름 프로그램만 열렸고, 저도 이번에 이 여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면접과 합격, 비자 발급 후기는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Purdue University
퍼듀대학교는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공립 대학교로, 특히 항공우주, 기계공학, 컴퓨터과학 등 공학 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식축구 등 대학 스포츠전에서 사용되는 대학 응원 구호도 'Boiler Up!' 이라고 해요. 퍼듀 출신이나 동문들은 서로를 'Boilermaker' 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증기기관(Boiler)을 설계하던 공학 중심의 대학 문화 자체가 그들의 자부심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명성 덕분에 이번 K-AI Summer Program에 참여하게 된 것이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퍼듀의 우수한 연구 환경과 학문적 분위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프로그램 진행 방식과 최종 목표
K-AI 프로그램에서는 SW중심대학(경기대, 전북대, 충남대 등)의 선발된 재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또한, 각 팀에는 퍼듀대학교의 대학원생이나 학부생이 함께 참여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요.
퍼듀대학교는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첨단 장비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소개하겠지만, Knoy Hall은 IT 및 컴퓨터 과학 관련 학과가 사용하는 건물로, 이곳에 마련된 GPU(A100, A6000 등) 또한 자유롭게 연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팀별로 드론, 네트워크(LoRa 등), 딥러닝 등의 연구 주제를 선정했다면, 2개월 간의 연구를 통해 IEEE급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이번 퍼듀 생활의 기록은 6월부터 8월까지 총 8주간의 연구 활동과 미국에서의 생활 전반을 함께 담을 예정입니다.
미국으로 떠나는 날
ICN → ORD
출국 당일이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의 교육 및 이민 정책에 큰 변동이 생겨 하마터면 이번 연수가 '없던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는데요. 때문에 아무 일 없이 출국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더욱 기뻤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과 위탁수하물 등록을 완료하고, 남은 1시간동안 아침도 먹고 면세점 쇼핑도 하다보니 훌쩍 게이트 탑승 시간이 되었어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까지는 12시간 30분이 넘는 장거리 비행 노선입니다. 오래 앉아 있느라 지치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좌석 앞에 설치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생각보다 시간이 잘 흘렀어요. 그동안 계속 미뤄뒀던 '어바웃 타임'과 '엘리멘탈' 등을 너무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대한항공의 기내식이었는데요, 두 번의 기내식 모두 정말 맛있었고 만족스러웠어요. 기내식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맛이었습니다.
입국 심사와 미국 생활의 시작
시카고는 일리노이 주, 퍼듀는 인디애나 주로 인접해 있지만 서로 위치한 주(State)가 달라요.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출발하는 직항이 취항하는 가장 가까운 공항이 시카고인 관계로, 약 3시간 거리의 시카고 오헤어(O'Hare)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입국심사는 깐깐하거나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저도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요구하는 서류나 필요한 행동만 서두른다면 회화 실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Eric Matson, Tony Smith 퍼듀 교수님이 저희를 반겨주었어요. 교수님들께서 직접 공항에서 대학교까지 운전해주셨고, 덕분에 약 3시간 정도의 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가는 중간에는 휴게소에 들러 미국의 유명 치킨 샌드위치 브랜드인 칙필레(Chik-fil-a) 도 먹어볼 수 있었어요. 나름 미국에서 먹는 첫 음식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과하게 짠 맛에 크게 놀랐습니다. '모든 미국 음식이 다 이러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도 칙필레가 유독 간간한 편이었고, 다른 미국 음식들은 입맛에 맞았습니다.
퍼듀 기숙사 도착
긴 여행 끝에 도착한 퍼듀 기숙사. 이번 여름 프로그램 참여자는 모두 Earhart Hall에서 숙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로는 '에어하트'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거의 모든 건물들은 퍼듀 출신의 유명 인물이나 후원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지고, 이 에어하트 또한 미국의 여성 비행사 '에밀리아 에어하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해요. 알고나니 신기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1층에 에어하트 다이닝 코트가 위치해 있다는 점인데요, 이곳은 뷔페 형태로 운영되는 식당으로, ‘직주근접’은 아니지만 ‘직식근접’의 장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말 그대로 슬리퍼를 끌고 내려가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
특히 에어하트 다이닝 코트는 퍼듀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해요. 실제로 아시안 음식이나 샐러드가 매일 다양하게 제공되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숙사 출입증에 밀 플랜(meal plan)이 함께 담겨 있어, 프로그램 참여자는 식당에서 무료로 식사할 수 있었어요.
에어하트는 무려 1960년대에 지어진 기숙사로, 한국의 현대사를 생각하면 놀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외관으로는 그렇게 오래된 건물 같지 않았거든요. 놀랍게도, 퍼듀에는 1930년대에 지어진 기숙사도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숙사는 모든 방이 2인 1실로 구성되어 있어요. 연식이 오래된 만큼 세월이 느껴지는 가구들이 아쉬웠지만, 에어컨도 빵빵하고 채광도 잘 되어 생활은 만족스럽습니다.
퍼듀 생활은 이렇습니다
1. 캠퍼스가 정말 예뻐요
인디애나주는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 있어, 기후도 비교적 시원한 편이며 한국의 초여름 날씨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캠퍼스 곳곳에서 다람쥐를 발견할 수 있고, 석양이 지는 시간대에는 반딧불이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퍼듀 대학교는 무려 310만 평의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넓은 대학인 서울대학교와 비교해도 5배 이상 넓은 크기로, 캠퍼스 투어만 해도 하루 종일 할 수 있어요. 특히, PMU(Purdue Memorial Union)에서는 다양한 공개 세미나가 자주 열리며, 닐 암스트롱이 가져온 월석이 전시된 박물관도 있어요.
외에도 멋진 건물들과 공간이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2. 모든 것이 일찍 닫아요
캠퍼스 내의 대부분 가게는 Summer Hours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기간에는 가게를 짧게 운영하거나, 아예 운영하지 않는 곳도 많으니 꼭 먼저 알아보고 발걸음을 향해야 해요. 24시간 운영과 연중무휴가 흔한 한국에서 살다 온 입장으로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편의점도 새벽에 운영하지 않고 닫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꼭 해가 지기 전에 모두 구매해두어야 해요!
3. CoRec을 꼭 이용하세요
퍼듀 재학생과 프로그램 참여자는 모두 CoRec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정식 명칭은 France A. Córdova Recreational Sports Center로, 3층 규모의 초대형 복합 피트니스 및 스포츠 센터입니다. 수영이나 클라이밍, 심지어는 게이밍 PC도 있어 e-Sports도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운동을 좀 해본 사람들 말로는, 이곳에 있는 기구들이 모두 매우 비싼 브랜드의 최신 시설이라고 합니다.
저 또한 퇴근 이후 매일같이 이곳에 와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에어하트 기숙사와 가깝다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이 될 것 같아요.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프로그램 소개와 입국 후 퍼듀 생활에 대해 짧게 다루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K-SW Square와 West Lafayette 지역에 대해 작성해볼게요.